강원도의 깊은 골짜기를 따라 달리다, 어느 순간 멈춰 서게 되는 장소 정선 5일장. 이곳은 오랜 세월 강원도 산촌 사람들의 생존 방식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생활의 현장이자, 지역 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아든 공공의 무대다.
시장에서는 농사짓던 이웃이 손수 기른 감자를 내놓고, 손바느질로 만든 앞치마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시장이 특별한 이유는 ‘정선아리랑’이라는 대한민국 대표 민요의 고향 한복판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이곳에 물건을 사기 위해서만 오는 게 아니다. 살아 있는 전통을 눈으로 확인하고, 사라져 가는 정서를 몸으로 느끼기 위해 모여든다. 이곳에서 울려 퍼졌을 아리랑 가락이 떠오르며 시장 구석구석에 사람의 이야기를 불어넣는다.
이곳에 오래 산 주민들 중엔 아예 장날에 맞춰 일정과 생활 리듬을 조절하는 사람들도 있다.
의미 없는 말이 오가는 곳이 아니라, 사소한 소식을 주고받고, 살아 있음의 존재를 확인하는 날이 장날이다.
정선에서 장날을 경험하는 것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 문화를 직접 관찰하고 체험하는 교육적인 기회가 된다.
지역별 소규모 축제, 정선 5일장 꿀팁
- 시장 구조
정선 5일장은 일반적인 원형 시장 구조와는 조금 다르다.
시내 중심 도로를 따라 늘어진 형태라, 초행자는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은 3개 구역으로 나뉜다.
- 농산물·산나물 구역 (시장 입구 기준 좌측)
– 계절에 따라 각종 산나물, 말린 나물, 감자, 옥수수 등 진열됨 - 먹거리·즉석조리 구역 (중앙로터리 부근)
– 감자전, 도토리묵, 막걸리 등 현장에서 바로 조리해 판매 - 생활용품·의류·잡화 구역 (시장 후반부)
– 강원도 특유의 수공예품, 농기구, 천 조각 등 판매
효율적으로 둘러보려면 농산물 → 먹거리 → 생활용품 순서로 이동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 동선은 자연스럽게 시장을 한 바퀴 도는 구조이며, 중간에 식사하고 쉴 수 있는 포인트도 확보된다.
- 계절별 시장 분위기 변화
정선 5일장은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다음은 직접 다녀본 경험과 상인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정리한 계절별 특징이다.
- 봄 (3~5월)
– 취나물, 곰취, 두릅 등 산나물이 주를 이룸
– 날씨가 온화하고 관광객이 급증하는 시기 - 여름 (6~8월)
– 감자, 옥수수, 올챙이국수 등 시원하고 간단한 음식 인기
– 장터 주변에 그늘막이 많아지고, 오후 시간대 피서객 증가 - 가을 (9~11월)
– 대추, 단풍잎 장식, 토란 등 계절 특산물 풍성
– 곤드레 수확기와 겹쳐 식당들이 더 붐빔 - 겨울 (12~2월)
– 눈 덮인 시장, 강원도식 떡국과 온장고 음식 주력
– 시장 규모는 다소 작아지지만 정감 넘침
이처럼 계절마다 구성과 온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여러 번 방문해도 전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정선 5일장을 찾은 날은 이른 아침이었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도토리묵을 자르고 있는 아주머니의 손길이 눈에 들어왔다. 다듬어진 묵들이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접시에 담기고 있었고, 먹음직스러운 양념장이 입맛을 돋웠다.
시장을 한 바퀴 도는 동안 특유의 강원도 사투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상인들은 낯선 얼굴에게도 서슴없이 말을 걸었고, "이건 어제 산에서 캔 거야"라며 나물을 자랑하기도 했다. 그런 한마디 한마디가 이 장터를 단순한 거래의 장소가 아닌, 사람 사이 온기를 나누는 공간으로 만들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전통악기 공연이 열리고 있었고, 그 음악을 따라 리듬을 타는 아이들과 사진을 찍는 부모들의 모습이 푸근했다.
- 주변 연계 관광지 추천 – 반나절 코스로 완성
정선 5일장만 보기엔 아쉬운 이들을 위해, 시장과 함께 묶어 볼 수 있는 코스를 추천한다.
- 정선 아라리촌 (시장 → 도보 약 15분)
– 전통 가옥과 민속체험이 가능한 마을
– 직접 아리랑 부르기, 고누놀이 체험 가능 - 정암사 & 삼탄아트마인 (차량 약 30분)
– 폐광을 리모델링한 예술 전시관
– 기차 레일과 탄광 시설을 그대로 살린 공간 - 병방치 스카이워크 (차량 약 20분)
– 정선 절벽 위 유리 바닥 전망대
– 인생사진 명소로 인기
이 중 한두 곳을 5일장 방문 전후로 묶으면, 하루 일정이 훨씬 풍성하고 입체적인 여행이 된다.
지역 음식 – 곤드레밥과 올챙이국수
정선 5일장에서 가장 큰 기대 중 하나는 당연히 음식이었다. 이곳의 대표 음식은 곤드레밥이다. 현장에서 바로 지은 곤드레밥은 일반 도시 식당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은은한 들풀 향이 퍼지며 고소한 기름에 버무려진 나물이 밥알에 감겨 있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음식은 ‘올챙이국수’였다. 처음 들었을 때는 이름이 독특해서 웃음이 났지만, 실제로 먹어보니 쫄깃한 면발과 시원한 육수가 어우러진, 여름철에 딱 어울리는 별미였다.
그 외에도 감자전을 부치고 있는 노점, 도토리묵을 고소한 양념장에 담가 내주는 식당, 손으로 만든 수수부꾸미까지 모든 음식에 정성이 담겨 있었다.
교통편 – 정선 아리랑열차
정선은 대중교통으로도 갈 수 있지만,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정선 아리랑열차’는 이동 자체가 하나의 여행이 된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산과 강의 풍경은 도착 전부터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서울에서 약 3시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정선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장까지는 도보로 이동 가능할 만큼 가까워서, 도착 후 이동은 매우 간단한 편이다. 다만 정선은 교통량이 많지 않아 차량 예약이나 버스 시간표는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숙소 후기
정선에는 대형 숙소보다는 작은 민박이나 한옥형 게스트하우스가 많다. 이번 여행에서는 시장에서 차로 5분 정도 떨어진 고즈넉한 민박집에서 하루를 묵었다.
바깥마당에는 감나무가 있었고, 마루에 앉아 있으면 저녁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숙소 주인은 지역 이야기와 함께, 근처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정자나 조용한 산책길을 추천해 줬다. 상업적인 느낌이 전혀 없어서, 편안한 마음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밤이었다.
하루를 마치고 들리는 풀벌레 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정선아리랑 멜로디는, 이 여행을 더욱 잊을 수 없게 해 주었다.
정선 5일장은 단순한 지역 전통시장이 아니다.
이곳은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살아 있는 무대이자,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사람 냄새를 간직한 장소다.
물건을 사고파는 일이 일상이지만, 그 속엔 문화와 정서가 깃들어 있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구수한 나물을 사고, 누군가는 어릴 적의 기억을 떠올린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정선 5일장은 멈춤의 시간을 제공하는 귀한 공간이 된다.
한 번의 방문만으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여행을 하고 싶다면, 정선을 꼭 경험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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